카탈로그제작
#종이 #재질
종이 고르는 일,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요본문
안녕하세요. 희명디자인입니다. 홍보물 작업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분들이 종이 샘플 앞에서 유독 오래 머무시는 걸 자주 봅니다. 색도 레이아웃도 다 정해졌는데, 종이만 되면 결정이 잘 안 납니다.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종이는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습니다.
인쇄물을 손에 쥐는 순간, 사람이 제일 먼저 경험하는 건 디자인이 아닙니다. 두께감이고 질감입니다. 색이 눈에 들어오기 전에 손이 먼저 반응합니다. 그래서 저는 종이 선택을 인쇄 후반부 작업으로 미뤄두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방향이 잡힐 때 같이 잡혀야 하는 항목입니다.
gsm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코팅지 120gsm이랑 코팅지 120gsm은 저울 위에서는 같지만, 실제로 들었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밀도와 강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평량은 종이를 비교하는 출발점이지, 체감을 보장해주는 수치가 아닙니다. (샘플 꼭 직접 만져보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코팅지와 비코팅지 차이가 색에도 영향을 줍니다. 코팅지는 잉크가 표면에 머물러서 색 대비가 선명하게 나옵니다.
사진이 많은 홍보물, 제품 이미지가 핵심인 카탈로그에서 코팅지가 많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반면 비코팅지는 잉크가 섬유 사이로 스며들어서 색이 더 차분하게 표현됩니다. 같은 색 값이라도 코팅지보다 톤이 낮게 나옵니다. 이게 품질 차이가 아니라 물성 차이입니다. 디자인 톤에 따라 어느 쪽이 더 잘 맞는지가 달라집니다.
조명 환경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광택 있는 코팅지는 강한 형광등 아래에서 반사가 심하게 납니다. 텍스트 비중이 높은 브로셔인데 유광 코팅 선택하면 읽기가 불편해집니다. 전시장처럼 조명이 강한 공간에 비치되는 홍보물이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짚고 가야 합니다.
촉감 이야기를 빼놓기가 어렵습니다. 질감 있는 종이는 손끝에 미세한 저항이 생깁니다. 매끈한 종이는 페이지가 가볍게 넘어갑니다. 받는 사람이 의식하지 않아도 이 경험은 그 인쇄물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두껍고 질감 있는 종이가 신뢰감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냥 무겁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볍고 매끈한 종이가 세련되게 읽히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종이가 브랜드 성격이랑 맞물려야 한다는 게 이 이유에서입니다.
배포 환경은 재질 선택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변수입니다. 우편 발송 홍보물이라면 배송 과정의 물리적 충격, 습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너무 얇으면 구겨지고, 너무 두꺼우면 중량 초과로 우편 비용이 올라갑니다.
전시장 배포용이라면 많은 손을 거치는 걸 전제로, 내구성이랑 운반 편의성을 같이 봐야 합니다. 임원 전달용이나 장기 보관용 소개서라면 시간이 지나도 표면 마모나 색 변화가 적은 종이를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예산 이야기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종이 단가가 전체 인쇄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견적 조율 단계에서 종이를 바꾸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색 계획과 레이아웃에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고 결정해야 합니다. 처음 설계할 때 특정 종이를 전제로 색을 잡아놨는데 후반에 종이가 바뀌면, 결과물 인상이 달라집니다.
예산 범위 안에서 선택 가능한 종이를 먼저 정해두고 거기 맞춰서 디자인을 전개하는 방식이 훨씬 안전합니다. (종이 확정은 최대한 앞당기세요. 뒤에서 바뀌면 연쇄적으로 손봐야 할 게 생깁니다.)
비싼 종이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닙니다. 종이는 어떤 디자인과 만나고, 어떤 공간에서 누구 손에 닿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종이 선택을 원가 항목으로 먼저 보지 않습니다.
이 홍보물이 어떤 경로로 전달되고, 받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그걸 펼치게 될지. 그 장면을 먼저 생각하고 나서 재질을 잡습니다. 그렇게 잡힌 종이 하나가 전체 인쇄물의 완성도를 조용히 받쳐줍니다.
종이 선택부터 인쇄 사양 전반이 막막하신 분들, 희명디자인으로 문의주시면 먼저 여쭤보고 같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희명디자인 –
* 참고할만한 희명디자인 인사이트 칼럼 링크 바로가기
1. 중소기업·소상공인 실무자를 위한 홍보 인쇄물 제작 허브 가이드
- 이전글박람회에 활용할 홍보 인쇄물에 대한 전략과 준비사항 26.02.24
- 다음글편집디자인 업체는 무엇을 설계하는가? 26.02.22